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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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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안




G. TRAKL




마음이 외로운 시간
한여름의 노란 성벽을 따라
햇볕을 거닐면 즐겁다.
나직이 풀을 밟는 발자국 소리.
허나 회색의 대리석에 목신(牧神)의 아들의 잠은 계속된다.

저녁 거리에서 우리는 햇포도주에 흠뻑 취했다.
잎에 가려진 발그레한 복숭아,
부드러운 소나타, 그리고 즐거운 웃음소리.

밤의 적막은 아름다운 것.
어두운 초원에서 목자와 하얀 별을 만난다.

가을이 오면
숲에 내리는 더 없는 맑음.
착한 사람이 되어 잎이 물든 성벽을 따라 걸으며
날아가는 철새를 바라 본다.
저녁, 하얀 물이 죽음처럼 적막에 잠긴다.

앙상한 가지 위에 하늘이 나래를 편다.
맑은 두 손으로 농부는 양식과 포도주를 들고
햇살이 가득한 곳간에는 조용히 과일이 영근다.

아, 사랑하는 죽은 이들의 근엄한 모습.
허나 영혼은 드러난 그대로의 세상을 기꺼이 받아 들이고.

황폐한 뜨락엔 무서운 침묵.
어린 수도사가 갈색의 나뭇잎 면류관을 쓸 때
그의 숨결은 차가운 금빛을 마신다.

푸른 물결의 오랜 연륜을 만지작거리거나
추운 밤 누이의 하얀 뺨을 어루만지는 손.

낮게 그리고 곱게 정겨운 방을 찾아 다니는 걸음이 있다.
방에는 고독과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이 있고
그리고 아직도 새의 노래가 있을 지도 모른다.

놀랜 표정으로 팔다리를 펴고
주홍빛 동굴에서 가만히 눈을 뜨면
사람은 아름다운 것.
드디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하략)...




Habble con ella



*주: 헤리안(Helian)은 고대 독일어의 '구원의 주' 라는 의미의 Heliand 에서 유래. 이 시에서는 고뇌하는 인간, 즉 시인 자신을 일컫는다.


GEORG TRAKL (1887~1914) 독일 표현주의 시인. 오스트리아 잘즈부르그에서 철물상의 아들로 태어남. 니체, 도스토예프스키 탐독. 1906년 잘즈부르그 시립극장에서 단막극 『사자 위령일』공연 됨. 1908년 빈 대학에서 약학 공부. 여동생과의 불륜으로 괴로워 함. 모르핀 사용 시작. 1914년 폴랜드의 그로데크 전선에서 위생병으로 근무중 자살 기도. 같은 해 11월 3일 코카인 과용으로 사망. 자살설 유력. 시집 『꿈 속의 세바스티안』


표현주의: "자연은 있는 것이다. 그것을 재현하는 일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하는 표현주의자들은 예술가의 주체를 정신적으로 신장시키는데 예술의 본질을 두었다. 객체를 시각에 의해 포착하는 자연주의나 역시 빛에 따른 순간을 포착하는 인상주의를 거부하고 대상의 본질 그 자체를 파악하려고 한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시각이 아니라 정신의 눈이다.

"자연주의 예술가는 듣기는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눈과 귀가 있으나 입이 없다. 세계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거기에 입김을 불어 넣어 주지 못한다. 정신의 법칙을 발설할 수 있는 입이 그들에게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인간의 입을 열어 주려고 한다. 인간은 너무나 오랫동안 듣기만 하며 침묵을 지켜왔다. 이제 인간은 정신의 대답을 들려 주어야 한다"는 헤르만 바알의 주장은 표현주의 문학을 "절규의 문학"으로 규정짓게 한 유명한 말이다.

이들은 물질 문명에 대한 회의와 기존 질서의 비판을 기조로 하여 인간의 본질이 자기의 존재의식에서 찾아져야 한다고 믿었다. 표현주의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 뭉크의 작품은 섬세한 부분 묘사가 무시되고 짙은 윤곽과 선이 강조되고 있다. 복잡한 묘사를 던져 버리고 조화와 균형보다는 정신의 눈에 의한 비젼과 광적인 감정을 폭발적으로 노출한다.

표현주의 시인 벤과 트라클은 현재형의 문장을 주로 한 시간적으로 계속되는 일들을 병렬하는 '동시성'의 기법을 구사하여 고도의 긴장 상태로 몰고 가기 때문에 그들의 시는 다소 난해하다. 그러나 그들은 아름다운 언어와 다양한 색채를 심상과 배합하여 처절한 현실 세계의 암담함을 초극하고 있다.
2005-11-16 17:5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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